새벽부터 설칠 일은 아니었는데, 모처럼 맘먹고 나선 길이라 마음이 조급했을까.
도량석이 끝나고 아침 예불이 진행되는 시각, 통도사는 해저 구만리처럼 고요했다.
서운암 뒤로 구름이 휘감은 취서산 능선이 장쾌하고.
서운암 염색축제장 메인 무대. 천연염색의 결과물로 다양한 볼거리를 펼쳐놓았다.
된장독과 야생화가 유명한 서운암. 불자가 아니어도 속인들의 발걸음이 잦은 곳이다.
유명 사찰보다 무명 암자를 더 좋아하는 내 취향에는 별로지만 ㅎ
노래방 덕분에 전국민이 가수가 되었다면, 디지털 카메라 덕분에 전 국민이 사진사가 된 건 아닌지.
축제장에는 고급 카메라로 중무장한 진사님들이 떼거리로 몰려왔다. 복잡해서 빨리 도망가고 싶다.
대한민국 지도의 동쪽 끝 울산 하고도 방어진, 그 끝에 '팥다방'이 있다. 그리고 경아씨가 있다.
열두어평 되는 가게에서 경아씨는 해마다 작은음악회를 연다. 기타와 오카리나, 섹소폰이 어우러진 유월의 아름다운 밤.
30명이 채 안 되는 관객이 모두 한 떨기 꽃으로 피어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