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외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름 끝!
더위에 축 늘어진 건 몸 뿐만이 아닌 듯하다. 정신상태도 몽롱하고 무기력하다.
울산살이 28년만에 올해처럼 더운 건 처음이다. 이방 저방 바꿔가며 잠을 청해봐도 깊은 잠을 못 잔다.
8월 중순만 넘어서면 할풀 꺾이곤하던 기온이 올해는 성깔 사나운 시누이같이 누그러질줄 모른다.
긴 머리 풀어헤친 해초들이 물결에 일렁일렁 몸을 뒤채는 바다.
수온이 낮아 오래 몸을 담글 순 없어도, 정신이 번쩍 나는 그 차가움이 반갑다.
천둥 번개 치더니 소나기 퍼붓고, 하늘에 무지개가 섰던 날도 있었다.
그러나 내가 발견했을 때 무지개는 서서히 지고 있었고, 나는 언제나 한발 늦구나... 괜히 가슴이 쓰라렸다.
비가 그리워, 비가 그리워.
거실에서 쫒겨나 베란다로, 베란다에서 쫒겨나 복도로, 복도에서조차 눈치가 보여 목만 내놓고 피우는 담배.
밥벌이로 찌든 얼굴 담배 연기라도 맘껏 내뱉으면 표정이 풀리려나?
분장을 지운 모습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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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은 싸늘했다. 내 심장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