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다. 수많은 작가 지망생들이 이 선생 저 선생 찾아다니며 사진을 배운다.
그러나 그 많은 작가들이 사진 한 점 팔기 어렵고, 팔고 나서 돈도 못 받는 경우도 많다.
"아유~ 전시된 작품 중에 선생님 작품이 최고예요. 이 작품 제가 살게요."
그래놓고 입 싹 닦는 갤러리 관장에게 작가는 몇달째 꿀 먹은 벙어리 노릇만 하고 있단다.
개인전 몇번 했지만 제작비도 못 건졌고, 책을 몇권 냈어도 팔리지 않아 창고에 쌓여있다.... 그래도 그는 사진을 찍는다.
지인의 화실에 가보면 한쪽 벽면에 그림이 켜켜이 쌓여있다. 4호짜리 소품부터 100호짜리 대작까지 빼꼭하다.
어떤 그림은 아까워서 못팔고, 어떤 그림은 안 팔려서 못팔고... 그렇게 모인 게 수십 점.
"할줄 아는 게 이것 뿐이라서... 그만두고 할 게 아무 것도 없어서." 그림에 대한 변명이 겸손하다.
누구나 명성을 꿈꾸지만 아무나 닿을 수 없는 것. 열정과 명성이 비례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도 그는 그림을 그린다.
시집은 팔리지 않는데 시를 쓰는 사람은 많다. 시인들 숫자가 독자보다 많을 지경이다.
남의 책은 읽지 않고 자기 글만 생산하느라 바쁘다. 자아도취에 빠진 그 글을 누가 읽어주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글을 쓴다.
"언니는 어떤 사진을 찍고 싶어요? 사진을 왜 시작했어요?" 언젠가 누가 물었다.
"사진이 재미있어서. 그림이나 글보다 스트레스도 없고."
"언니는 사진 찍지말고... 사진을 사세요." 어안이 벙벙했다. 내가 그리 우습게 보였나?
빵빵한 자부심으로 터질 듯한 그녀가 무슨 사진을 어떻게 찍어 역사에 남을지 두고 볼 일이다.
누구나 찍는 사진을, 아무나 찍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그녀는 과연 어떤 작가로 남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