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가 주최하는 제5회 포토에세이 공모전에 가작으로 당선되었다.
경상북도의 길을 주제로 사진 12점과 에세이를 첨부하는 방식이다.
대상과 금상 각 1명, 은상 2명, 동상 3명, 가작 5명 중에 내 이름이 들어있다.
많은 작품 중 12명을 뽑는데 그 속에 내 작품이 들어있다니 이런 횡재가!!!
공모전 첫 도전에 가작으로 뽑히다니 운도 좋지~
<심사를 지켜보면서...
사진은 좋은데 에세이가 약하고... 에세이는 좋은데 사진이 부족해
심사위원님들간의 오랜시간 토론끝에 당선에 들지 못하신 분과
힘들게 준비하셨을텐데 당선의 기쁨을 드리지 못한 분들에 대해
개인적으로 이번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하루였던 것 같습니다.> 라는 관계자의 말씀이다.
사진을 더 공들여 찍을 걸... 사실은 작품을 보내고 나서도 내내 미진했었는데 ㅠ.ㅠ
포토에세이 당선작 / '파도소리길' 따라
이른 아침 이 길을 가면 늙은 해녀를 만난다.
이제 더 이상 물질을 할 수 없는 해녀는 구부정한 허리로 파도에 밀려온 미역을 줍고 있다.
해가 뜨기도 전에 망태 가득 해초를 채운 여인은 식구들의 밥을 짓기 위해 부지런히 마을로 돌아간다.
그녀가 돌아가는 마을에는 아침 일찍 그물을 손질하는 또 다른 여인들이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양남 읍천에서 하서까지의 파도소리길에는 어촌 마을의 고단한 삶이 있고, 여인들의 질긴 운명이 있다.
군부대가 철수하고 일반인에게 개방되면서 ‘파도소리길’ 이란 이름을 얻게 된 이 길 위에서
나는 우리나라 어머니들의 강인함과 근면함을 본다.
수평선을 환하게 밝힌 집어등에 속아 육지로 나온 오징어는 늦가을부터 한겨울 내내 빨랫줄에 걸려 물구나무를 선다.
내장을 빼주고 몸피만 남아 말라가는 오징어를 두고 어떤 시인은
‘그리움으로 검게 탄 오장육부 버리고서야 눈 먼 사랑의 아픔을 알았네’라고 노래했다.
보라색 해국이 바다를 바라보며 피는 계절에 나는 이 길을 자주 걷는다.
갯방풍, 버냉초, 순비기꽃이 피던 길에 가을이면 해국이 주인공이 된다.
육지의 꽃들처럼 화려하지 않지만 은은하고 신비로운 보랏빛 꽃들이 마음에 위안을 준다.
평평한 땅은 마다하고 갯바위나 위험한 절벽에 뿌리를 내린 까닭이 무엇일까.
사람이든 식물이든 모든 생명체는 제각기 있어야 할 자리가 있는 건 아닌지. 운명적인 장소가 있는 건 아닌지.
파도소리길은 다양한 형태의 주상절리(柱狀節理, columnar joint)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수직과 수평의 절리가 동시에 있고, 비스듬히 누운 모습과 세계적으로 희귀한 부채꼴 주상절리도 있는 지질 종합선물셋트다.
학계의 관심이기도 하지만 일반인들에게도 신기한 구경꺼리다.
데크를 설치하고 조망대를 설치한 이후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다.
파도소리길에서 만나는 주상절리대를 보면서 지구의 생성이나 화산활동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신생기 시대 파도소리길에는 누가 살고 있었을까?
신비로운 주상절리를 배경으로 작품사진을 찍는 사진가들도 많다.
먼동이 터오는 새벽 먼 바다의 여명과 살풀이하는 무용수를 사진에 담기도 하고, 주상절리와 어울리는 연출을 시도하기도 한다.
거북 등처럼 갈라진 바위를 배경으로 춤추는 무희는 멋드러진 작품이 되고도 남겠다.
3㎞나 되는 그림들이 도열한 읍천항 벽화마을은 파도소리길의 또 다른 명물이다.
이른 아침 만나는 늙은 해녀처럼 부지런한 어촌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
파도소리길을 걸어 이 마을에 도착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벽화를 보며 웃음 지으며 깊은 생각에 빠지기도 한다.
양남(陽南)은 삼한시대부터 우리 역사의 중심이 된 고장이다.
주상절리 외에도 관문성, 박제상이 일본으로 떠난 항구, 석탈해왕 탄강유허비, 경순왕이 피신한 보덕암 등은
신라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유적들로 유명하다.
산티아고 가는 길처럼 멀고 힘든 길은 아니지만 제주 올레길이나 지리산둘레길처럼 전국적으로 유명한 길은 아니지만
양남 파도소리길은 가깝고 친근한 길이다.
그 길에서 만나는 어촌 사람들의 모습과 오래전 지구의 역사를 간직한 바위들을 보면서 아름다운 생각에 젖어들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