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롱베이가 생각나는 해안. 누가 저 바다에 수은을 흩뿌렸는고!
어쩌다 코가 꿰어 육지로 끌려나왔을꼬?
내장까지 빼주고 아가리 벌린 채 미혹(迷惑)의 댓가를 치르고 있네.
쐬주 한 병이 노동의 위안이 될까? 울 아부지가 꼭 저러셨는데...
사진은 빼기의 예술이라지. 수십 수백장 사진을 지우고, 지우고, 또 지우고...
그 중에 어쩌다 내 맘에 드는 사진 한장이라도 건지면 그날 출사 대~박!
새벽에 길 나서서 하루종일 추위에 떨며 쫄쫄 굶었다. 해풍은 왜 그리 앙칼지게 불던지...
내포리 해안 비닐천막 속에서 잠시 휴식. 얇은 비닐천막이 하이샤시 이중창보다 든든했다.
심리포구 찍고 원전항에서 또 몇 장. 목선을 만드는 구복조선소에서 마음에 드는 모델을 만났다.
내포리해안도로 지나 김수로 촬영지까지, 간만에 사진을 위한 여행이었다.
멀리 나왔는데 그냥 집에 가기 아깝다 해서 마창대교를 보러 갔는데...
여기서 보낸 한 시간이 고속도로 정체에 걸려드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엔간할 때 말아야지, 욕심 부리면 꼭 화를 입는다니까! <1월14일>
나는 당신의 뒤뜰을 훔쳐보고 싶다. 그럴듯한 앞모습보다 숨겨둔 뒷모습이 궁금하니까.
젖은 빨래처럼 후줄근한 현실 뒤에 누구나 응달같은 자존심을 갖고 살겠지. <대룡마을, 1월10일>
오징어, 나는 슬픈 사랑의 이름이네 / 칠흙의 바다 어둠을 밝히는 집어등 빛이 사랑인줄 알았네
차가운 물속까지 들뜨게 하는 그 빛에 눈멀어 / 사랑의 미로를 찾아 짧은 생애 버렸네
마침내 물구나무 서서 보는 바다 / 그리움으로 검게 탄 오장육부 버리고서야 / 눈 먼 사랑의 아픔을 알았네
이게 내 무덤이구나 / 뒤늦게 알아버린 사랑의 비밀
추운 빈 몸으로 도시의 빈 빨랫줄에 걸렸을 때 / 비로소 떠나온 바다가 사랑인줄 알았네
내사랑 손을 내밀어 붙잡고 싶어도 늦었네 / 이미 열 손가락이 마르기 시작했네 <윤향미 '오징어'>
<tip>
<사진 / 블루 님>
<사진 / 아침안개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