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박완서
 
시를 읽는다
심심하고 심심해서
왜 사는지 모르겠을 때도
위로 받기 위해  시를 읽는다
등따습고 배불러
정신이 돼지처럼 무디어져 있을때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나고 싶을때 시를 읽는다
나이 드는게 쓸쓸하고,
죽을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시를 읽는다.
꽃 피고 낙엽 지는 걸
되풀이해서  봐온 햇수를 생각하고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내년에 뿌릴 꽃씨를 받는 내가
측은해서 시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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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 최영미

 

나의 고독이 너의 고독과 만나

나의 슬픔이 너의 오래된 쓸쓸함과 눈이 맞아

나의 자유와 너의 자유가 손을 잡고

나의 저녁이 너의 저녁과 합해서

너의 욕망이 나의 밤을 뒤흔들고

뜨거움이 차가움을 밀어내고 나란히 누운 우리는

같이 있으면 잠을 못 자. 곁에 없으면 잠이 안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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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푹푹 찌는 날씨

이기대로 갈까, 대왕암으로 피신을 할까

운전도 귀찮은데 걍 가까운 데로!

 

 

 

 

바람에 밀려오는 해무가 눈 앞에서 매직쇼를 펼친다.

한순간 눈 앞을 가로막다 사라지고

셔터를 누르는 사이에 도망간다.

 

 

 

참나리랑 대왕암이 숨바꼭질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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