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 이경림

 

내겐 허무의 벽으로 보이는 것이

그 여자에겐 세상으로 통하는 창문인지도 몰라

내겐 무모한 집착으로 보이는 것이

그 여자에겐 황홀한 광기인지도 몰라

누구도 뿌리내리지 않으려는 곳에

뼈가 닳아지도록 뿌리내리는 저 여자

잿빛 담장에 녹색의 창문들을 무수히 달고 있네

질긴 슬픔의 동아줄을 엮으며

칸나꽃보다 더 높이 하늘로 오르네

마침내 벽 하나를 몸 속에 집어넣고

온몸으로 벽을 갉아먹고 있네

아, 지독한 사랑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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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 목필균

 

한 해의 허리가 접힌 채 돌아선 반환점에

무리지어 핀 개망초

한 해의 궤도를 순환하는 레일에 깔린 날들

시간의 음소까지 조각난 눈물 장대비로 내린다.

 

 

 

 

 

계절의 반도 접힌다

폭염 속으로 무성하게 피어난 잎새도 기울면

중년의 머리카락처럼 단풍들겠지

무성한 잎새로도 견딜 수 없는 햇살

굵게 접힌 마음 한 자락 폭우 속으로 쓸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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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서광을 만났다.

빛내림이 너무 황홀해 잠시 멘붕에 빠졌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시궁창같은 치욕의 나날도 언젠가는 반전이 일어날 수 있는 일.

그래, 일단 살아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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