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신상입니다.
방어진 끄트머리 슬도 해국이지요.
며칠 전만 해도 입 꾹 다물고 있더니
얘들 단체로 바람났나봐요 ㅎ
높은 기상 고결한 이상 다 버리고
호박넝쿨, 수숫대와 함께 어울려 산다.
잘났다고 우쭐대지 않고, 못 났다고 주눅들지 않고-
상계역에서 택시를 탔는데 기사님이 동네 사정에 환하시다.
그도 한때 백사마을에 살았노라고
비어있는 집도 더러 있지만 오갈 곳 없는 사람들도 많다고.
야금야금 먹어들어온 아파트 숲이 이 마을만 남겨놓았다.
서울에 남은 마지막 달동네란다.
겨울이면 자원봉사자들이 연탄배달에 나서는 곳.
좁고 가파른 골목에 올망졸망한 집들이 다닥다닥
유난히도 푸른 하늘이 왠지 슬퍼보였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