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똥구리

 

온몸으로 똥을 뭉쳐 생의 바다를 건넌다.

보잘 것 없는 꿈을 굴리고 또 굴리며.

 

 

늙은 해녀들이 수확한 해초를 뭍으로 끌고 나온다.

배가 접안할 수 없는 지역이라 수작업으로 옮기는 것이다.

망사리에 가득찬 해산물을 힘에 부치게 끌고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말똥구리가 생각났다.

짐승의 배설물을 경단처럼 굴려 집으로 갖고온 말똥구리는 그 속에 알을 낳는다.

말똥구리 새끼는 그 똥을 먹고 자라는 것이다.

(울산 꽃바위 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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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캔버스가 이렇게 화려했을까.

장마를 이겨내고 화려하게 타오르는 꽃불.

 

 

 

 

한점 부끄럼 없이 햇볕 아래 설 수 있는가, 그대.

어떤 상황에서도 당당하게 얼굴 쳐들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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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에 / 나희덕

 

내 우산살이 너를 찌른다면, 미안하다.
비닐 우산이여
나의 우산은 팽팽하고
단단한 강철의 부리를 지니고 있어
비 오는 날에도 걱정이 없었거니
이제는 걱정이 된다.
빗속을 함께 걸어가면서 행여
댓살 몇 개가 엉성하게 받치고 선
네 약한 푸른 살을 찢게 될까 두렵구나
나의 단단함이 가시가 되고
나의 팽팽함이 너를 주눅들게 한다면
차라리 이 우산을 접어 두겠다.
몸이 젖으면 어떠랴
만물이 눅눅한 슬픔에 녹고 있는데
빗발이 드세기로
우리의 살끼리 부대낌만 하랴
비를 나누어 맞는 기쁨,
젖은 어깨에 손을 얹어
따뜻한 체온이 되어줄 수도 있는
이 비 오는 날에
내 손에 들린 우산이 무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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