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똥구리
온몸으로 똥을 뭉쳐 생의 바다를 건넌다.
보잘 것 없는 꿈을 굴리고 또 굴리며.
늙은 해녀들이 수확한 해초를 뭍으로 끌고 나온다.
배가 접안할 수 없는 지역이라 수작업으로 옮기는 것이다.
망사리에 가득찬 해산물을 힘에 부치게 끌고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말똥구리가 생각났다.
짐승의 배설물을 경단처럼 굴려 집으로 갖고온 말똥구리는 그 속에 알을 낳는다.
말똥구리 새끼는 그 똥을 먹고 자라는 것이다.
(울산 꽃바위 해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