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오기를 기다렸다.
무성한 풀이 지고 황량한 계절이 오기를,
봉분의 곡선이 여실히 나타나기를.
죽은 자의 집 옆으로 산 자의 길이 나있다.
삶의 완성은 죽음이라던가.
성북동 비둘기 대신 낡은 안테나.
서울에도 아직 이런 동네가 남아있었던가.
낡은 스레트 지붕이 금방이라도 내려앉을 듯
전선들은 어지러이 시야를 가리고.
그래도 집집마다 길가에 화분을 내놓았다.
혼자 보기 아까워서 같이 보자고. 함께 잘 살아보자고.
파도가 거문고를 타는 섬
슬도에는 해국이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