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실루엣이 아름다워 수십번 셔터를 눌렀다.

 빈 들에 서서 바람에 잎을 죄다 잃어버린 황량한 나무. 역광의 나뭇가지가 수은처럼 창백하다.

뒷배경이 받쳐주면 나무도 때로는 詩가 되고 그림이 되고 예술이 되는 건데...

 

 

 

 

은빛 찬란한 그물을 쳐놓고 먹이를 기다리는 거미.

오기만 해봐라, 길다란 촉수로 한 달음에 달려가 날름 삼켜버릴테다.

기다리는 먹이는 오지 않고 갈데없는 낙엽만 거미줄에 걸려 바둥거린다.

머지않아 저 낙엽의 무게에 거미줄도 내려앉을 판, 가여운 거미는 은빛 저택이 아까워서 어쩌나.

 

 

 

 

 

 

산벚나무 잎 한쪽이 고추잠자리보다 더 빨갛게 물들고 있다

 

지금 우주의 계절은 가을을 지나가고 있고, 내 인생의 시간은 오후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에 와 있다

내 생의 열두 시에서 한시 사이는 치열하였으나 그 뒤편은 벌레 먹은 자국이 많았다

이미 나는 중심의 시간에서 멀어져 있지만 어두워지기 전까지 아직 몇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이 고맙고,

해가 다 저물기 전 구름을 물들이는 찬란한 노을과 황홀을 한번은 허락하시리라는 생각만으로도 기쁘다

머지않아 겨울이 올 것이다 그때는 지구 북쪽 끝의 얼음이 녹아 가까운 바닷가 마을까지 얼음조각을 흘려보내는 날이 오리라 한다

그때도 숲은 내 저문 육신과 그림자를 내치지 않을 것을 믿는다

지난봄과 여름 내가 굴참나무와 다람쥐와 아이들과 제비꽃을 얼마나 좋아하였는지,

그것들을 지키기 위해 보낸 시간이 얼마나 험했는지

꽃과 나무들이 알고 있으므로 대지가 고요한 손을 들어 증거해줄 것이다.

아직도 내게는 몇시간이 남아 있다  지금은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도종환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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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노동은 아름다운 풍경이다.

 

 

 

                  너는 기도할 때 눈을 감지만, 나는 기도할 때 몸을 흔든다. <억새의 노래 中>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지. 네번째 오도산, 이젠 절대로 안 간다!

 

 

 

                 그래도 아침 첫 햇살에 웃고있는 쑥부쟁이는 이뻤어.

 

 

 

                  우리 아부지였음 좋겠다.

 

 

 

                  황강을 가로지른 돌다리. 당신과 나를 가로지를 다리가 필요해!

 

 

 

                  시월의 들녘은 발 닿는 곳마다 명작이다.

 

 

 

                  생각하는 사람- 하필이면 저 높은 데 와서 생각하노?

 

 

 

                  한 세대만 지나면 저 다랑논들도 거의 사라지지 않을까.

 

 

 

                  궁디바위. 저렇게 육감적일 수가!!!

 

 

 

                  합천에서 돌아오는 길에 자굴산 순환도로까지 섭렵, 3산 순례(오도산, 매화산, 자굴산) 좋을시고!

 

 

 

                  꼬이고 뒤틀려도 길은 아래로 내려가게 돼있다.

 

 

 

                  아름다운 노을을 볼 수 있는 눈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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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찌 지내세요? 통 기척이 없어 전화해봤네요. "

"걍 조용히 지내요. 놀자는 사람도 없고, 놀기도 싫고. 매사 심드렁하네."

"어머, 나도 그런데..."

 

 

 

 

장마 지나간 뒤 폭염이 빚쟁이처럼 뒤쫓아 왔다.

고온다습한 날씨, 안개도 지쳤는지 나무에 기대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랑은 가장 이기적인 감정이기에 상처에 관대하지 못하며, 대개 덜 사랑하는 사람이 권력을 쥔다. <니체>

 

 

 

 

 

 

 

인간에게는 일정량의 정신 에너지가 있다고 한다.

그것은 한 국가의 통화량처럼 지하경제가 돈을 가져가버리면 나라가 가난해지는 이치와 같다.

무의식에서 정신 에너지를 많이 소모할수록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주의집중력이 떨어지고, 기억력이 약해지고, 의욕이 없어진다... 요즘 내가 그렇다.

 

 

 

 

해무가 짙은 날은 바닷물도 차갑다. 울퉁불퉁한 갯바위를 건너뛰며 늙은 해녀는 무엇을 찾고 있을까.

열길 물 속을 잠수하던 해녀는 이제 갯바위에 붙은 따개비나 파도에 밀려온 해초를 줍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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