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의 진객 납매(臘梅)나 눈 속에 핀 설중매보다 아름다운 꽃.

너를 보러 한밤을 달려갔다.

 

 

 

 

 

멀고먼 길, 물 속에 잠긴 도로를 건너 신발을 벗고 건너서야 너를 만났다.

 

 

 

 

 맑다는 표현으로 부족한 물빛은 이승의 것이 아닌 듯도 싶고...

 

 

 

 

 

물 가에 오종종 핀 꽃에 퍽 엎어져 한 나절을 보냈다.

 

 

 

 

 

 

 사진이사 좀 못 나오면 어떠랴. 내 눈에 담아가는데, 내 가슴에 담아가는데...

 

 

 

 

 

 니네들, 단짝이니?

 

 

 

 

 

한 무리의 트레커들이 계곡을 건너가고 있다. 카메라를 놓고 일행 속에 끼고 싶다.

 

 

  

 

 

 

 

 

 

 

 초가을 맑은 물에 구름도 멱을 감고 싶었을까.

 

 

 

 

 

 기고만장한 여름을 때려눕힌 가을이 계곡으로 조용히 스며들고 있다.

 

 

 

 

 

 

 

 

 

'사진에게 말 걸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월에  (0) 2012.10.08
조형과 궁핍 사이  (0) 2012.10.02
꽃의 누명  (0) 2012.09.02
너도 가고, 나도 가네  (0) 2012.08.26
강원도 출사  (0) 2012.07.22

 

 

 

 

새벽부터 밤 늦도록 길 위에 있었다.

야생화 보러 먼 길을 갔는데, 수많은 꽃 이름을 들었는데, 자고 나니 아무 것도 기억에 없다.

물 가에 핀 저 까실쑥부쟁이만 머리 속에 명징하게 남아있다.

 

 

 

 

그래도 밖에 나가면 꽃 이름 제법 많이 안다는 소릴 듣는데, 꽃쟁이들 앞에 가니 그먀말로 '깨갱~'

연보라색 솔체가 군데군데 피어있는 대덕산 자락, 한 달만에 다시 와본 그 계곡엔 물매화가 애기 젖꼭지만큼 부풀어있다.

 

 

 

 

충북과 강원도를 넘나들며 야생화 탐사를 즐기는 꽃쟁이들.

저 노랑투구꽃처럼 희귀한 사람들 아닌가? 당췌 꽃이 뭐길래 그 먼길을, 그 많은 시간을, 꽃 앞에 퍽 엎어질꼬?

 

 

 

 

호박잎 사이로 얼굴 살짝 내민 쥐손이풀. 그래도 너와는 안면 튼 지 오래네. 방가 방가 ^^*

 

 

 

 

이름이 좀 억울한 자주진범. 공범보다 진범이 더 억울할까?

흰진범보다 자주진범이 예쁘다. 역시 보라 계열이 신비로운듯.

 

 

 

 

 

 

 

 

뭐니뭐니해도 제일 반가운 건 길에서 만나는 촌 사람들.

나와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지만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찡하다.

농부님! 당신이 세상의 주인입니다~

 

 

 

 

오늘의 주인공 애기앉은부채. 개울 건너 젖은 숲 속에 얌전히도 앉아 있었다.

 

 

 

 

개버무리, 이 녀석도 이름이 좀 억울하겠다.

하기사, 세상에 억울한 일 한둘일까. 이름 따위 누명은 언제든지 벗어던질 수 있는데 뭘~

 

 

 

 

남방부전나비, 거미줄보다 가늘은 더듬이로 뭘 찾고 있을까?

 

 

phoo by : 석영신

 

 

세로 사진을 좋아하는 지우당 모자 위에 잠자리 한 마리 앉았다.

뽀샤시 처리를 좀 했더니 실물보다 훨 낫네. 원판불변의 법칙은 옛날 얘기지. 암만~

 

 

'사진에게 말 걸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형과 궁핍 사이  (0) 2012.10.02
물매화 피고 지고  (0) 2012.09.23
너도 가고, 나도 가네  (0) 2012.08.26
강원도 출사  (0) 2012.07.22
너 하나가 위안  (0) 2012.07.16

 

 

 

날은 궂어 손님은 없고... 낡은 의자에 앉아 신문을 펼친 저 아낙.

한쪽 발을 허벅지에 척 걸치고 입 가엔 미소까지 걸쳤다.  건천 5일장.

 

 

 

운무 자우룩한 오봉산(685m)을 올랐다. 건천시장에서 10분이면 들머리.

어제 내린 비로 계곡에 물이 불어 차 바퀴가 반쯤 빠졌다. 비가 더 내리면 하산할 때 어쩌지?

미리 걱정할 거 뭐 있노. 일단 건너고 보는 거지 뭐. 하늘이 내 편일 거라고 믿어보는 거야!

 

 

 

 비 안개 걷히고 해가 나오면서 지면의 수분이 증발하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다.

땅의 기운이 하늘로 승천하는 순간을 담아보려고 버벅대느라 등산화는 흙투성이가 됐다.

 

 

 

해마다 산딸기 따러  오봉산을 누비곤 했다. 오래전 산딸기를 재배하던 곳이 지금은 고냉지 채소밭으로 변했지만.

 여근곡 쪽에서 들머리를 잡아 주사암까지 다녀오는 경우가 일반적인 코스.

 

 

 

 버려진 목장터에 먼 그리움인듯 해바라기만 목을 빼고.

 

 

 

무꽃 너머 주사암 능선이 아스라하다.

 

 

 

한 잎 한 잎 가을로 가고 있네. 너만 가는 게 아니고 나도 가고 있다니까!!!

 

 

 

고추 말리는 풍경이 좋아서 카메라 들이댔다가 혼날 뻔했네.

농산물 도둑이 설쳐대니 마당에 고추를 널어놓고 村老들은 근처에서 망을  본다.

 카메라 배낭에 고추 쓸어담아 도망갈까봐 꽥 소리를 지르는 통에 혼비백산했다.

무서워라, 세상 인심이여!!!   (8/21 청도)

'사진에게 말 걸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매화 피고 지고  (0) 2012.09.23
꽃의 누명  (0) 2012.09.02
강원도 출사  (0) 2012.07.22
너 하나가 위안  (0) 2012.07.16
아수라에 핀 꽃  (0) 2012.07.13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