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둘러봐도 없구나. 10년전 우리들의 흔적은.
그때도 단풍이 저리 고왔는지, 갈대가 살랑댔는지... 일부러 피하고 싶었던 주왕산 절골을 다녀왔네.
명암이 뚜렷한 역광의 사진처럼 너는 내 안에 선명하게 찍혀있는데
죽기 전에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없겠지.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 낮은 곳으로 / 자꾸 내려앉습니다 / 세상에 나누어 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 가을 저녁 한때 /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안도현 '가을엽서' 전문>
물가를 걸어가는 저 사람들 틈에 우리도 끼어있네...
그 푸른 하늘에 / 당신을 향해 쓰고 싶은 말들이 / 오늘은 단풍잎으로 타버립니다.
밤새 산을 넘은 바람이 손짓을 하면 / 나도 잘 익은 과일로 떨어지고 싶습니다. / 당신 손 안에 <이해인 '가을 편지' 중에서>
석 달 후면 떠나야 한다는 절박함에 너는 잠을 이루지 못했지.
뭐 먹고 살까, 뭐 해먹고 살까... 단풍처럼 충혈된 눈으로 고민하곤 했지.
네가 떠난 자리에 다른 사람이 들어와 있구나.
네가 없어도 가을은 오고, 산친구도 생기고, 물가에 앉아 밥을 먹게도 되는구나.
세상에 아름다운 이별은 없다. 미화된 이별이 있을 뿐이다.
아름다운 뒷모습도 없다. 뒷모습은 내가 원하는대로가 아닌 타인의 시선에 따라 달라지니까.
친구여, 슬퍼 마라. 그 사람은 너를 사랑했기에 떠났는지도 모른다.
살아서 힘든 날을 견디는 것보다 모든 짐을 지고 혼자 떠나고 싶었는지도. 그게 그 사람이 사랑하는 방식이었는지도...
물 속에 비친 풍경이 때론 실물보다 아름답듯이 추억이 현실보다 아름다울 때도 많더라.
<방호정, 신성계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