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내리는 새벽. 길 떠나는 마음은 마냥 가볍지만은 않았다.
함께 가자던 지인은 코로나 핑계로 갑자기 약속을 파기했고
어둠이 가시지 않은 아스팔트는 번들거리며  시야를 방해했다.
 
 

 

 
대전 근처에 이를 때까지 여름 장마처럼 비가 퍼붓더니
태고사에 도착하자 마지못해 하늘이 개었다.
빗속을 3시간 넘게 달렸더니 어깨가 뻐근하다. 나도 몰래 긴장했던 게다.
 
 

 
 
은행나무 단풍이 약간 이른 듯 푸릇푸릇한 기운이 남아있다.
참배객들이 모두 이 자리에 한 번씩 앉아본다.
피안에서 차안을 바라보듯, 천상에서 속계를 바라보듯
 


 

 
태고사는 원효대사가 12숭지의 하나로 손꼽은 명당이라고 하는데
한때는 대웅전만 72칸에 이르는 큰 절이었다
서산대사의 법손 진묵대사를 비롯해 많은 고승 대덕을 배출한 태고사는
우암 송시열이 도를 닦으며 썼다는 '石門'이 일주문을 대신하고 있다.
 
 

 
 
절만 보고 내려오긴 아까워 낙조대까지 올랐다.
한 시간이면 갔다 오겠지 했는데 등산객 한 분이 "생애대가 더 좋아요"
하는 바람에 대둔산 최고 조망터 생애대까지 무리를 했다.
카메라 하나만 들고 서너 시간 산을 헤맸더니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 ㅠ.ㅠ
 
 

 
 
비 그친 하늘에서 햇살이 나오더니 단풍이 제 빛을 발한다.
산죽 길을 헤치고 단풍나무 터널을 지나 대망의 포인트로~
생애대 사진은 다음 꼭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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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에 하얗게 부서지는 억새꽃 무리
머지않아 꽃대궁만 남아 겨울을 건너가리.
 

 

 

 
배를 묶어두었다는 배바위
오래전 억새태우기 행사 중에 불의의 사고가 났던 곳.
타오르던 불길이 삽시간에 바람을 타고 배바위를 덮쳤다.
명당 자리에서 불 구경하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변을 당했던ㅡ
 
 

 
 

억새밭 위로 하현달이 떠 있다.
손톱달이 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구월 하고도 스무이틀
한 달이 금방.일 년도 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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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에 힘도 생겼겠다 오늘은 작정하고 화왕산(757m) 등반.
가장 짧은 코스인 도성암에서 정상까지 1.7km
중간 조망터에서 멀리 지리산 주능선이 보인다.
천왕봉, 중봉, 하봉 실루엣에 가슴이 뭉클. 
 
 

 
 
너무 가팔라서 환장한다는 환장고개를 넘어
화왕산성 서문에 도착하자 억새꽃들이 손을 흔들며 나를 반긴다.
어서 오라고, 왜 이제 왔냐고
 
 

 

 
오늘 나의 감동은 억새보다 지리산이구나.
청명한 날씨 덕분에 선명한 지리산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지리산 오른쪽으로 황매산, 좀 더 옆으로 가야산까지 선명하게 보였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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